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7월 23일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하는데,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받은 사람도 문제지만, 부동산 경기에 편승해서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린 은행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은행은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데, 잘못하면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돈을 꾸어주는 쪽도 얼마든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가 자세히 말했습니다.

“빚을 꾸어주면 이익이 크다. 이자에 이자가 붙으면 온 나라의 재물을 다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땅과 집을 팔면서까지 빚을 꾸어주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빌려다 빚을 꾸어주는 사람도 있는데, 나중에 이자를 받아서 다시 사들이거나 갚으려는 생각이다. 꾸어준 사람은 물건을 담보로 잡거나 보증 서는 사람이 있으면 잃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천하의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세상에 이익만 있고 손해가 없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빌려간 사람이 갚지 않으면 관청에 소송하겠지만 지나치게 많은 이자는 관청에서도 받아주려 하지 않으므로 태반은 잃게 된다. 그리고 오랜 뒤에야 빚을 받아낸다면 이익이 되지도 않고 제때 쓰지도 못하므로 망하고 말 것이다. 얻는 것이라곤 빚을 꾸어주고 이자를 받았다는 비난 뿐이다. 목전의 이익을 탐하다가 끝없는 손해를 입는 줄도 알지 못하니, 너무도 생각이 없다.”

아무리 높은 이율로 돈을 빌려주어도 빌려간 사람이 갚지 않거나 늦게 갚으면 손해입니다. 얻는 것이라곤 이자놀이를 했다는 비난 뿐입니다. 지금 은행들은 대출받은 서민들이 불어나는 이자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서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지난 외환위기 때 국민에게 손을 벌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경험은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은행이 사회적 책임과 공공의 역할을 포기한 사채업자에 불과하다면 지난 경제 위기가 닥치더라도 국민들은 은행을 돕지 않을 것입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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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