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7월 17일

정부가 과학연구를 위해 포경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고래의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 어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는데, 속내를 살펴보면 포경 재개의 목적은 연구도 아니고 어민 보호도 아니고 고래고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래고기가 우리의 전통적인 음식문화라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래고기는 결코 보편적인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고래고기가 유행한 것은 전적으로 일본의 영향입니다. 일본은 전통적인 포경 국가입니다. 1719년 신유한(申維翰)이라는 사람이 일본에 다녀와 《해유록(海遊錄)》이라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고래고기 회를 몹시 귀하게 여겨 비싸게 구입하여 손님을 접대한다. 하지만 내가 먹어보니 미끄럽고 기름지기만 하고 별다른 맛이 없었다. 내가 통역관에게 물었다.“일본 사람은 큰 고래 한 마리를 잡으면 죽을 때까지 부귀를 누린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그러자 통역관이 말했다. “죽을 때까지만이겠습니까. 대대로 부귀를 누릴 수 있습니다. 부유한 집에서는 고래고기 회와 고래 젓갈을 최고의 음식으로 여겨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등불은 모두 고래기름을 쓰는데, 주먹만한 고래고기에서 기름 한 사발이 나오니, 기름만 팔아도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밖에 고래의 이와 지느러미, 수염도 다 물건을 만들 수 있어서 이익이 많습니다. 바닷가에서는 사람을 모으고 돈을 써서 고래잡는 그물과 기구를 설치하는데, 정작 고래를 잡아 부자가 된 사람은 드뭅니다.”

일본사람들이 고래 사냥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고래만 잡으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며 농사를 짓지도 않고, 베를 짜지도 않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합니다. 일확천금의 기회라는 뜻입니다. 몇몇 사람의 일확천금을 위해 국제적인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포경을 재개하기에는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포경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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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