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7월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에는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추월할 것이라고 합니다. 여성인구의 고령화 때문이라고 하는데, 달리 생각하면 우리사회에 양성평등과 여권신장이 점차 자리잡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한편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아직도 여전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아들보다 딸을 바라는 부부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조선시대는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한 시대로 알려져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1488년에 편찬된 《표해록(漂海錄)》이라는 표류기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 사람들은 딸을 낳으면 ‘이 아이는 나에게 효도할 아이다.’라고 하고, 아들을 낳으면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라 물고기 밥이다.’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목숨을 걸고 험한 바다로 나가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야 하는 제주의 어려운 현실이 여아선호사상을 낳은 것입니다.

변방 지역의 부모도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였습니다. 남성에게 부과된 군역이 워낙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의병장으로 유명한 홍의장군 곽재우(郭再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함경도 지역은 몹시 멀어서 탐욕스러운 관리와 사나운 아전의 포악한 짓이 다른 도에 비해 훨씬 심하다. 그래서 백성들은 아들을 낳으면 버리고 딸을 낳으면 기르는데, 부모가 아들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들을 낳으면 호랑이보다 무서운 학정의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부모된 입장에서는 아들이나 딸이나 모두 사랑스러운 법입니다. 아들을 바라는 것도, 딸을 바라는 것도 부모의 본마음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들 둘을 낳으면 ‘목매달’이라는 농담이 유행하고, 딸 낳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산부인과가 성황을 이루는 까닭은 아마도 이 시대에 서민이 짊어져야 하는 의무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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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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