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7월 13일

날씨가 더워지니 술집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거리에 파라솔을 설치해 놓고 손님을 유혹합니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던 사람도 절로 술 생각이 나게 하는 광경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원한 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즐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항상 지나친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더워서 잠이 오지 않아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또는 모처럼의 휴가로 들뜬 기분에 한잔 두잔 마시다 보면 결국 과음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의 사촌형 소은(素隱) 이진(李津)은 술을 마실 때면 항상 조금씩 오랫동안 마셨는데, 마치 고기라도 씹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는 술을 천천히 마시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술이란 맛으로 마시는 것이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 큰 잔에 술을 부어서 마치 음식을 씹지도 않고 삼키는 것처럼 단숨에 들이킨다면, 이것은 배만 채울 뿐이지 무슨 맛이 있겠는가. 요즘 술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객기를 부리며 많이 마시는 것을 통쾌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것은 맛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다. 가령 여기에 고기안주가 있는데 통째로 입에 넣고 한 번 씹은 다음 삼킨다면, 흙이나 숯을 씹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고기의 맛은 오래 씹은 다음에야 알게 되는 법이다. 속담에 ‘고기를 먹을 때는 씹을수록 더욱 맛이 난다.’고 하였으니, 술 마시는 법도 마찬가지다.”

술은 천천히 즐기면서 마시는 것이지 빨리 많이 마시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특히 여름철 과음은 건강에 몹시 해롭다고 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기를 씹듯이 술을 음미하며 마시라는 옛사람의 충고를 귀담아 들었으면 합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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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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