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7월 11일

임금의 명령을 받고 관원의 비리를 몰래 캐는 암행어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입니다. 관원의 신분을 밝히고 떠들썩하게 돌아다닌다면 비용만 낭비하고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니 비록 숨어서 염탐하는 것이 정당한 방법은 아니지만 부정부패가 만연한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공정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암행어사가 때로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충청도 금산의 선비 박문춘은 상소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암행어사의 임무는 백성의 고충을 살피고 관원의 잘못을 적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친지나 권세있는 사람이 맡고 있는 고을은 눈과 귀를 막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보고할 때는 화살에 맞은 새처럼 힘없는 사람만 거론하고 배를 집어삼기는 고래처럼 힘있는 사람은 누락시킵니다."

요즘은 전 국민이 암행어사입니다. 이른바 카파라치 때문입니다. 불법적인 행위를 적발하는데 효과적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포상금을 노리는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불신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신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영세한 사업자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하얀 번호판을 달고 택배를 배달하는 자가용 화물차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겠다고 합니다. 영업용 번호판을 발급해 주지도 않으면서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 백개의 물건을 배달해야 겨우 먹고사는 택배기사를 표적으로 삼는 바람에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화살에 맞은 새처럼 힘없는 사람만 잡고, 배를 집어삼기는 고래처럼 힘있는 사람은 놓치는 격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는 국민이 국민을 감시하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이 국가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는 사회입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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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