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7월 6일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따르면,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에도 귀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균관에는 온돌방이 없었기 때문에 유생들은 추위를 견디다 못해 이불 여러 채를 연이어 함께 덮고 잤습니다. 한 젊은 미남 선비가 있었는데, 다른 두 선비가 그와 함께 자려고 다투며 다리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미남 선비는 다리가 찢어져 죽었습니다. 그 뒤로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방에서 글읽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성균관에 들어와 잠을 자다가 죽은 기생의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성균관에서 술을 마시다가 과음하여 죽은 선비의 귀신도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선비의 꿈에 나타나 술과 고기를 나누어 달라 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은 고향을 떠나 성균관에서 먹고자며 과거시험을 준비했던 사람들입니다. 과거급제만을 바라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이들 역시 학업 스트레스와 합격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입니다. 성균관의 귀신 이야기는 바로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의 암울한 현실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로 보입니다. 중국 청나라의 《권계록선(勸戒錄選)》에도 귀신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귀신이 출몰하는 장소는 다름아닌 과거시험장입니다. 중국의 과거시험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폐쇄된 공간입니다. 그리고 귀신을 만난 중국의 선비들 역시 우리나라 성균관 유생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과거급제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힌 사람들이었습니다.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공포영화가 상영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공포영화 가운데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공포영화의 무대가 학교라는 것은 외국에서는 좀처럼 드문 현상인데, 억압적인 교육과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우리 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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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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