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7월 5일

날이 더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부채질도 해 보고 선풍기도 틀어보지만 더운 바람만 나오니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그립지만 학교와 회사에는 전기를 아낀다고 냉방도 제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어떻게든 견디는 수밖에 없습니다. 

더위를 견디는 방법은 나보다 훨씬 혹독한 더위를 견뎌야 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학규의 <비해(譬解)>, 비유로 풀이하기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더울 때는 도롱이를 입은 일꾼을 생각한다. 한낮에 호미를 들고 비오듯 땀을 흘리며 풀더미 속에서 허리를 굽힌 채 엉거주춤 움직이며 하루종일 힘들게 일한다.” 무더운 날씨에 그늘 한 점 없는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를 생각하면, 내가 느끼는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정조 임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넓은 집에서 얇은 옷을 입고도 이렇게 땀을 흘리는데, 하물며 찌는 가마솥처럼 뜨거운 오두막집이나 달팽이처럼 작은 집에 사는 백성들은 어떻게 이 더위를 보내는지 모르겠다.” 정조 임금은 본디 열이 많은 체질이었습니다. 더위를 잘 참지 못하는 편이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좁은 집에 여럿이 부대끼는 가난한 백성들을 생각하며 더위를 잊었습니다. 무더위가 가시고 서늘한 날씨가 찾아와도, 날씨가 일찍 서늘해지면 농사에 해가 된다며 걱정했습니다. 마음이 다른 데로 가 있었기 때문에 더위를 견딜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덥다고 느끼는 이유는 더위를 자꾸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불편을 쉽게 의식하지만, 불편에 익숙해지는 것도 금방입니다. 다시 정조 임금의 말입니다. “마음을 가라앉힌 채 더위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면 한 줄기 시원한 기운이 자연히 가슴속에서 솟아날 것이다.” 지루한 수업을 견디려면 수업에 열중해야 하고, 빨리 퇴근하고 싶다면 일에 열중해야 합니다. 더위를 견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차가운 물이나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마음이 열중할 곳입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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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