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7월 3일

공자가 제자 자화를 외국으로 심부름 보냈습니다. 그러자 또다른 제자 염구가 홀로 남은 자화의 어머니를 위해 양식을 달라고 공자에게 부탁했습니다. 공자가 여섯 말을 주라고 하니, 염구는 적다고 여겨 더 달라고 했습니다. 공자는 그렇다면 열여섯 말을 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염구는 여전히 적다고 생각해서 무려 여든 섬을 갖다주었습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듣고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화는 제나라로 갈 때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가죽옷을 입었다. 내가 듣기로 군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지 부유한 사람에게 더 보태주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미 부유한 사람에게 굳이 많은 재물을 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논어》《옹야》 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주급(周急)이라고 합니다. 주는 구제한다는 뜻이고, 급은 다급한 처지를 말합니다. 빈곤하여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구제한다는 뜻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은퇴한 원로 대신에게 정기적으로 약간의 곡식과 반찬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일종의 연금인데, 이것을 주급이라고 하였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나라를 위해 평생 수고한 공직자에게 연금을 지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로 대신들은 연금 수령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이미 공직 생활을 하면서 후한 녹봉을 받은데다 별다른 공로도 없으니, 분수에 넘치는 연금을 받을 수는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연금을 받으라고 억지로 권유하는 국왕과 받을 수 없다고 한사코 사양하는 신하의 줄다리기는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하루만 국회의원을 지내도 평생 1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는 헌정회육성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연금을 포기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의원은 있어도, 스스로 사양하는 의원은 보이지 않습니다. 겸손한 태도로 사양해야 공손히 권유할 마음도 생기는 것입니다. 어찌 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일입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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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