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6월 28일

요즘 첨단무기 도입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첨단무기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군기론(軍器論)》에서 첨단무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한 사람이 기계를 움직이면 만명이 목숨을 잃고 가만히 앉아서 성을 무너뜨리는 무기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활쏘기에 의지하고 있으니 백 년 뒤에 이들과 싸우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땅에 엎드려 나라를 바치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다산의 예언대로 백 년 뒤 조선은 군함과 총포를 앞세운 일본과 서구 열강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역사를 살펴보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첨단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무기를 마련하는 시기와 방법입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하의 물건은 사용하지 않으면 좀먹고, 썩고, 쥐가 갉아먹는다. 지금은 태평한 시대인데,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무기를 만들어 창고에 보관해도 며칠 지나지않아 습기가 차고 비가 새어 못쓰게 된다. 올해 만든 것이 내년이면 먼지가 되어버리니 전쟁이 일어나도 무기고에 있는 것은 백에 하나도 쓸 수 없다. 성인은 무익한 비용을 아깝게 여기고, 지혜로운 자는 실속없는 일을 싫어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겠는가? 무기의 재료가 되는 쇠와 나무, 짐승 뿔과 화약 따위를 창고에 저장해 두어야 한다. 그러다가 전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일 때, 무기를 만들면 새 것을 사용할 수 있다. 진정한 마음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자는 이 뜻을 알아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각 고을에 무기고가 있었지만,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서 못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렇다고 비용도 많이 들고, 언제 쓸지도 모르는 무기를 몽땅 만들어 잔뜩 쌓아놓기만 하는 것도 현명한 처사가 아닙니다. 다산이 제시한 해결책은 무기를 많이 만들어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만들 준비를 갖추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남이 만든 무기를 그것도 불리한 조건에서 사다 써야하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무기를 쌓아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무기를 만들 준비를 갖추라는 다산의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 퍼가실 때에는 출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