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6월 20일

부부싸움을 하다가 싸움이 커진 나머지 배우자를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게 만드는 사건이 종종 일어납니다. 얼마 전에는 부부싸움을 하던 아내가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남편에게 상해를 입히고 다시 응급실까지 쫒아가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부부싸움 끝에 살인을 저지르는 일은 옛날에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정조임금의 재판기록 《심리록》을 보면 이런 사건이 비일비재합니다. 정조는 계획적인 살인이나 살인을 은폐하려한 경우에는 결코 용서하지 않았지만,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사형만은 면제해 주었습니다. 부부는 가까운 관계인 만큼 다툼이 생기기 쉽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어떠한 이유에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여전히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풍토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관계라는 것이 워낙 미묘해서 다른 사람은 알기 어려운 사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정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부의 정은 본래 지극히 친밀하다. 지극히 친밀하기 때문에 성내고 아쉬워하는 마음이 쉽게 생기기 마련이다. 부부란 까닭없이 싸우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비위가 거슬리면 다투고, 다툼이 일어나면 때리게 되는데, 더러는 저녁에 주먹질을 하고도 아침이면 화해하고, 더러는 갑자기 윽박지르다가도 금방 히히덕거리며, 성이나면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기쁘면 마음이 물처럼 녹아서 일률적으로 논할 수 없다. 부부의 의는 귀천이 다를 바 없어서 아무리 반복하더라도 배우자에 대한 정은 남아있으니 세속에서 이른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것이 정말 맞는 말이다."

부부간에 허물없이 지내다 보면 배우자를 무시하는 경우가 생기고, 배우자를 무시하면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싸움을 피하려면 부부간이라도 서로 손님처럼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옛사람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손님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면 부부가 언성을 높이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 퍼가실 때에는 출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