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6월 13일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향약(鄕藥)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라는 뜻이고, 중국에서 나는 약재인 당약(唐藥)과 구분하는 말입니다. 1433년 간행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약재의 특성과 효능을 정리한 책입니다. 권근이 지은 이 책의 서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옛날에 용한 의원은 한 가지 약으로 한 가지 병을 고쳤다. 그런데 후세의 의원들은 여러가지 약을 써서 효과를 보려고 하였다. 이때문에 당나라 명의 허윤종은 '사냥하는데 토끼가 어디있는지 몰라서 온 들판에 죄다 그물을 치는 격이다.' 라고 비난하였으니 참으로 좋은 비유이다. 그렇다면 여러가지 약을 합쳐서 한 가지 병을 고치는 것 보다 한 가지 약을 제대로 쓰는 것이 낫다. 다만 병을 제대로 알고 약을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멀어서 이 땅에서 나지 않는 약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한 가지 약재를 가지고 한 가지 병을 치료하는데 효험이 매우 좋았다. 이 책에 실린 것은 모두 구하기 쉬운 약이며 이미 증명된 처방이다. 이 처방에 정통하면 한 가지 병에 한 가지 약만 쓰면 되니 무엇때문에 이 땅에서 나지 않아 구하기 어려운 것을 찾겠는가?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의 편찬은 백성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다.

이처럼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은 백성들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중국의 약재 대신, 구하기 쉽고 효과 좋은 우리나라 약재를 쉽게 구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찬한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약재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여 한 가지 병에는 한 가지 약만 쓰면 충분하도록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했습니다.

식약청이 12년만에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다시 분류했는데, 몇몇 의약품을 놓고 의사와 약사단체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마다 국민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별로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의사와 약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사람들의 말만 들을 것이 아니라 그 약을 사용하는 국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랍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 퍼가실 때에는 출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Life 스토리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