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6월 12일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지나치게 높아 오히려 경제성장을 방해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대학졸업장이 필요없는 일자리를 얻은 과잉학력 비율이 40%가 넘는다고 하니 지금 대학생의 절반은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80%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18세기말 조선의 과거 응시자 수는 10만명을 넘었습니다. 좁은 시험장에서 밀고 당기는 와중에 깔려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하는데, 당시 서울 인구가 20만에서 30만이었으니 성인남성 대부분이 과거에 응시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과거에 합격한 사람이라도 사회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박제가(朴齊家)의 《북학의(北學議)》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지금 치르는 과거에서는 과거 문장의 재주를 통해 인재를 시험하고 있다. 그런데 그 문장이라는 것은 조정에서도 쓸 수가 없고, 임금의 자문에도 못썼으며, 사실을 기록하거나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렸을 때부터 과거공부를 하여 머리가 허옇게 되어서야 과거에 급제하면 그 날로 문장을 팽개친다. 한평생의 정기를 과거공부하는데 전부 소진하였지만 정작 국가에서는 그 재주를 쓸 곳이 없다."

대학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굳이 취업을 위해 졸업장을 따야 하는 현실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더 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말리는 것도 이상합니다. 쓸모없는 과거공부와 인재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현실이 조선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문제는 부실한 대학 교육과 극히 제한된 취업 현실입니다. 대학생이 많다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쓸모있는 지식을 쌓도록 하고 쌓은 지식을 발휘할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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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