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6월 6일

예비군 훈련이나 민방위 소집에 가면, 보게 되는 영상물에 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군사는 백년동안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루라도 준비가 없어서는 안된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여기서 군사로 풀이한 군사 병(兵)자는 원래 무기라는 뜻인데 다산 역시 무기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한 말입니다. 무기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언제나 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산은 《군기론(軍器論)》 이라는 글에서 "무기가 날카롭지 않으면 군사를 적에게 주는 것이다. 무기라는 것은 손에 들고 남을 막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군사가 있어도 빈 손이라면 군사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군대의 강약은 군사의 많고 적음에 달린 것이 아니라 무기와 훈련, 그리고 사기에 달려있다는 것이 다산의 생각이었습니다. 다산은 《경세유표(經世遺表)》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대는 죽기를 각오해야 하는 곳이다.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익을 주어야지만 죽음을 피하려는 마음을 돌리고 토지를 녹봉으로 여기며 저마다 용기와 힘을 다해 군대를 가기를 바랄 것이다."

조선시대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국민개병제 입니다. 농사짓던 백성이 무기를 들고 죽을 곳에 뛰어들기를 바란다면 충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득을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혜택은 주지 않고 의무만 강조하면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다산을 비롯한 조선의 지식인들의 공통적인 견해였습니다. 

총선을 치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여당이 사병 월급을 두배로 인상하겠다던 공약을 폐기하겠다고 합니다. 국방부에서는 월급 대신 수당을 인상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역시 미흡합니다. 군대가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된다는 다산 선생의 말씀을 자주 인용하는 국방부에서는 앞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익을 주어야 군대에 간다는 다산 선생의 또다른 말씀도 함께 인용해 주기 바랍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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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