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6월 4일

최근들어 국격(國格)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 대사전에 국격(國格)이라는 단어가 실린 것이 작년의 일이라고 하니 전에 없던 단어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람의 품격을 인격이라고 하는 것처럼 나라의 품격을 국격(國格)이라고 해서 안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 나라의 품격이 높아지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을 창작할 때 품격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통의 권위를 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서예가들은 옛글씨를 모방해서 품격을 높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여기에 반대했습니다. 

"요즘 붓에 먹물을 덜 묻혀서 억지로 중국 원나라 때의 거친 글씨를 흉내내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모두 자기를 속이고 나아가 남을 속이는 것이다. 유능한 서예가는 짙은 먹으로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 품격의 높고 낮음은 지난 자취에 달린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있다."

추사는 남의 흉내를 내어 품격을 높이려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품격의 높고 낮음은 과거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한 정치인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정권이 가장 잘한 일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G20과 핵 정상회의, 수출 7대 강국 및 교역의 1조달러 달성이 국격을 높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능하거나 돈이 많다고 인격이 훌륭하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국제행사를 많이 치르거나 무역실적이 올라갔다고 국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식으로 국격을 높이겠다는 생각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산물입니다. 인격을 결정하는 것은 신뢰와 관용에 바탕한 도덕성이며 국격도 마찬가지 입니다. 남의 흉내를 내어 품격을 높이려 하지 말고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품격을 높이라는 추사의 충고를 명심했으면 합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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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