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6월 1일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선시대 야담에는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방법을 살펴보면 대개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매점매석입니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이 매점매석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허생은 삼남지방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천안에 상주하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과일을 모두 사들였습니다. 얼마 후 한양에서 과일파동이 일어나자 그제서야 비싼 값에 과일을 팔았습니다. 허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주도로 내려가 갓과 망건의 재료가 되는 말총을 매점매석하고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팔아서 또다시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밖에 여러 야담집에서 한약재와 담배따위를 매점매석하여 큰 돈을 번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국제무역입니다. 《청구야담》에 등장하는 상인 정씨는 우리나라 특산품인 인삼과 담비가죽을 배에 싣고 중국의 남경에 가서 팔아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또 《삽교별집》에 등장하는 영남선비는 중국상품을 수입해 동래의 일본상인에게 팔고 다시 일본상품을 사들여 한양에 내다 파는 중계무역으로 부자가 되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점매석이나 국제무역이나 모두 독점과 다름없으니, 결국 독점이야 말로 쉽게 부자가 되는 길인가 봅니다. 유통구조가 미비한 과거에나 가능한 일인줄 알았는데, 지금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상품의 가격이 원산지에 비해 적게는 두세배에서 많게는 열배가 넘어 원성이 자자합니다. 전에는 유모차와 등산복이 문제이더니, 이번에는 다리미가 문제입니다. 수입 판매의 비용과 위험이 큰 만큼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것이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익이 크면 경쟁이 붙어 가격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입니다. 수입 유통업체가 담합해서 가격을 유지한다면 시장경제의 원리에 위배됩니다. 정부가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를 손보려고 하면 시장경제를 들먹이며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계획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도대체 어느나라 시장경제가 담합과 독점을 용인하는지 묻고싶습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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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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