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자 장유승의 길에서 만난 고전 : 2012년 5월 14일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생각해주기는 쉽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생각해 주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17세기 문인 유의건(柳宜健)의 《한거잡설(閒居雜說)》이라는 글에 처음 보이니 유래가 오래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의건(柳宜健)은 이 속담의 뜻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속담에 내리상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는데 이 말이 참으로 옳다. 사람이 자식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사랑한다면 누군들 효자가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자기가 늙고 자식이 내 뜻대로 나를 섬기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과거의 부모님 섬길 적에 잘못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때는 후회해도 늦는다."

동물이 새끼를 사랑하는 것 처럼 내리사랑은 본성입니다. 사람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제 자식이라면 끔찍하게 아낍니다. 반면 치사랑은 인간의 도덕관념에 의해 만들어진 사랑입니다. 항상 강조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자식사랑이 일방적인 짝사랑이 되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순수한 사랑은 보답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마음이니 자식에게 베푼 사랑에 10000분의 1이나마 돌려받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짝사랑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사랑을 하고 싶다면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요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잘 하라고 요구하면 사랑을 해친다. 잘 하라고 요구하면 관계가 멀어지니 관계가 멀어지면 이보다 큰 불행은 없다."
친구는 의리로 맺어진 관계이니 잘 하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부모자식은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이니 억지로 요구하면 절대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식을 위한 일이라도 부모가 요구하면 사랑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진노를 키우게 됩니다. 자식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출처 : TBS FM '열린아침 송정애 입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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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fe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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